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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와 홍콩 비밀계좌에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은닉하고 외국 영주권자 신분을 이용해 해외의 본인 계좌에 수십억원을 송금한 뒤, 미국 등에서 고급주택을 구입하고 배우자와 자녀의 해외 생활자금으로 사용한 사주들이 국세청의 조사를 받게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근로자가 무급 휴직, 급여 삭감 등으로 고통을 분담하는 와중에도 이들은 실제 근무하지 않으면서 배우자와 자녀에게 수억원의 급여를 지급하기도 했다. 또 슈퍼카를 여러대 타고 다니면서도 최소 소득만 신고해 3만원에서 30만원의 소득세만을 납부해왔다. 경영자문료를 과다 지급하는 방법으로 국내 조세를 회피한 다국적기업도 무더기 적발됐다.
국세청은 국부유출 역외탈세를 비롯해 국내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소득을 정당한 세금납부 없이 외국으로 이전한 혐의를 받는 다국적기업 등 대자산가 43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조사대상자의 주요 탈루유형은 ▲해외자산 은닉 7명 ▲비거주자 위장 납세의무 회피 6명 ▲해외현지법인 자금유출 9명 ▲다국적기업 조세회피 21명 등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 중인 A다국적기업의 국내 자회사는 외국 모(母) 법인에게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지급하는 수법을 통해, 국내 자회사를 적자 상태로 만들어 법인세를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국내 자회사에게 법인세·원천세 등을 추징할 방침이다.
명품 브랜드들도 대거 적발됐다. B브랜드의 국내 자회사는 모기업에 비싸게 제품을 수입해, 반복적으로 제품 가격을 인상한 뒤 국내 영업이익률을 떨어트려 조세를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C브랜드의 국내 자회사의 경우, 외국 모법인에게 지급할 브랜드 사용료를 제품 가격에 포함시켜,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는 것처럼 거래구조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스위스와 홍콩 비밀계좌를 활용해 법인자금을 유출·은닉한 사주들도 조사대상이 됐다.
첨단 약품 제조사 사주인 D씨는 국외 관계사에 핵심기술을 무상제공하고 제품을 저가에 판매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국외로 이전한 뒤, 사주 소유의 페이퍼컴퍼니를 거쳐 스위스 비밀계좌에 1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D씨는 자금을 다른 페이퍼컴퍼니의 계좌로 이동시키는 등 반복적으로 자금세탁을 하기도 했다.
수십년 간 운영한 회사를 외국회사에 매각하기로 한 사업가 E씨는 매각대금 중 1차로 수취한 금액만 주식양도소득으로 신고한 뒤, 잔금을 ‘수익연계 보너스’로 위장해 받은 수십억원의 추가 보너스로 받아, 홍콩 비밀계좌에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을 고령의 친인척 10여명의 계좌에 여러번에 걸쳐 송금하는 수법으로 소득세를 탈루한 사례도 나왔다.
중개무역업자 F씨는 페이퍼컴퍼니가 중개무역을 한 것으로 위장해, 외국에서 벌어들인 미신고 소득을 국내로 반입하기 위해 80대 부모 등 일가 친척 10여 명의 계좌를 빌려 국내로 송금을 해왔다. F씨는 해외 탈루 소득으로 가족과 함께 최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고급 골프회원권과 슈퍼카 여러 대를 보유하고, 해외여행을 자주 다녀오는 등 호화 생활 영위했다. 특히 F씨는 매년 1000만원 내외의 임대소득 만을 신고해, 3만원에서 30만원 수준의 소득세만을 납부해왔다.

해외현지법인·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자금을 유출한 사주도 있다. 산업용 자재를 수출하는 G기업은 사주의 친척 명의로 조세회피처에 우편함 회사를 설립해, 거래과정에 끼워넣어 일단 저가로 수출한 후 우편함 회사가 이를 다시 판매하는 것으로 위장해 역외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하여 전체 조사건수는 대폭 축소하는 반면, 반사회적 역외탈세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특히 국가간 금융정보 자동교환 등 국내외 정보망을 활용해 역외탈세 조사대상자 본인은 물론, 탈루혐의가 있는 가족 및 관련 법인까지 철저하게 검증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세종=박성우 기자 foxp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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