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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중세 유럽 의사들이 '아침 먹지 말라' 권유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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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침식사의 문화사 Breakfast'

[오마이뉴스 최종인 기자]

예전에 친구에게 놀라운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대학생으로, 방학동안 잠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야간 시간대를 맡고 있었기에 그날도 평소와 같이 긴 밤을 지새웠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기 직전의 아침에 손님이 들어왔다.
 
손님으로 들어온 아저씨들은 간단한 식사와 소주를 구매했다. 그리고 아침식사로 구매한 것을 모두 먹고 떠났다고 한다. 친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 아침에 커피를 마시거나 간단하게 식사를 하는 경우는 있어도, 술을 마시고 출근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퍽 놀랐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책을 읽고 역사적으로 아침에 술을 마시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과거 유럽에서는 아침에 술을 마시는 일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지금과는 너무 다른 아침식사 문화
 
 아침식사의문화사
ⓒ 헤더안트앤더슨

 
 
<아침식사의 문화사 Breakfast>는 미국의 음식 전문 저술가인 헤더 안트 앤더슨이 쓴 책이다. 그는 요리에 관심이 많아 가정 요리에 대한 요리책을 저술한 바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각국의 아침식사 역사에 대해 분석하고, 어떤 음식이 아침식사의 재료로 쓰였는지 상세하게 설명한다. 나아가서 아침식사가 사회 풍조에 맞게 변화하는 과정을 다채롭게 묘사한다.
 
저자에 의하면, 중세 유럽에서 아침식사는 바람직하지 못한 나쁜 행동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오늘날과 비교하면 신기한 일이다. 중세의 사람들은 사회 지도층이 먹는 일에 엄청난 시간을 허비한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여기지 않았다. 가톨릭교회도 아침식사에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또한 과식과 과음 등 육체와 관련된 모든 쾌락이 억압되었던 중세 시대에 금식은 꼭 필요한 덕목이었다. 중세의 도덕론자들은 가벼운 점심과 그보다 조금 더 충실한 저녁, 이렇게 두 끼면 하루 식사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따라서 가톨릭교회 입장에서 볼 때 아침식사는 천박하고 상스러운 것이었다. - 본문에서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아침식사가 금지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노인이나 병자처럼 한낮의 식사를 기다리기 어려운 사람들, 육체노동을 해야 할 사람들, 집을 떠난 여행자들에겐 아침식사가 허락되었다.
 
여기에 의사들도 아침식사의 반대 세력이었다. 책에 따르면, 1500년대까지만 해도 유럽의 의사들이 건강한 성인에게 아침을 먹지 말 것을 권했다고 말한다. 당대 의사들은 전날 식사한 것이 완전히 소화되기 전에 또 식사를 하면 순수한 것이 순수하지 않은 것과 뒤섞여 불결해진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아침식사를 먹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
 
아침식사로는 주로 곡물로 된 음식을 먹는 것이 보편적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먹었던 음식으로 죽을 꼽는다. 죽은 비교적 저렴하고 만들기도 쉬운데다가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어서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성경에서는 야곱이 렌틸콩 죽 한 그릇을 얻어먹는 대신 동생 야곱에게 장자의 권리를 넘기는 장면이 나온다. 스코틀랜드에서는 버터를 넣은 소운이라는 귀리죽을, 케냐에서는 음료로 마실 수 있을 만큼 묽게 만든 우지라는 발효 죽을 마셨다고 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아침식사를 먹을 때 술도 함께 즐겼다고 한다. 과거에는 수질이 안 좋았기 때문에 도수가 높은 음료가 가장 안전한 음료였다. 카페인 음료가 보편적인 오늘날의 직장인들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에일을, 작가 새뮤얼 존슨은 위스키를 즐겼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아침에 술을 마시는 풍조를 비판하면서 자신의 동료가 아침을 먹기 전에 맥주 한 잔, 아침을 먹으면서 한 잔, 아침과 점심 사이에 한 잔을 마신다며 불평했다고 한다. 하지만 농부들도 아침식사 때 에일 맥주 마시는 것을 좋아했다고 하니, 아침에 마시는 술맛이 꿀맛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씨리얼이 아침식사 메뉴로 떠오른 까닭
 
반면 과일은 아침식사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술은 가깝고 과일은 멀었던 것이다. 아침식사가 보다 확실한 문화로 정착된 17세기 후반에도 과일과 채소는 고기와 달걀보다는 덜 중요한 재료로 취급되었다고 한다. 아침식사에 과일이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현상이라고 하니, TV 광고나 매체에서 보이는 아침식사 풍경은 짧은 역사를 가진 셈이다.
 
근대 이후에는 아침식사가 기업의 소비 촉진을 위한 광고와 결합했다.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시리얼이다. 오늘날에도 유명한 켈로그 사와 포스트 사는 서로 경쟁하면서 아침식사의 판도를 뒤흔들었다고 한다. 그들은 어린이들이 먹을 수 있는 시리얼 제품을 만들어서 내놓았다. 시리얼 회사들은 시리얼 제품을 구매하면 어린이들도 간편하게 아침식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고 한다.
 
부모님이 낮잠을 자고 있어도 아이는 스스로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메뉴를 선택하고, 식사를 만들고, 먹는 과정에 부모의 손이 필요 없다. 아이가 스스로 자립심을 키우는 것이 좋은 교육임을 홍보한 것이다. 이런 홍보 전략은 많은 사람들에게 먹혀들었고, 오늘날에도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저자는 아침식사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계속 바뀌어왔음을 지적하고, 아침식사가 시대의 변화에 맞춰서 그 모습과 재료를 달리 해왔다는 사실을 재밌게 풀어낸다.
 
중세 사람들의 인식 변화, 자본주의의 발달, 산업 사회의 등장과 차량 운전자의 증가 등 현실 변화에 맞추어 아침식사도 변화해왔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역사의 변화에 발맞춘 식문화의 발달 과정을 따라가게 된다.
 
아침식사를 먹을 것인지, 먹지 않을 것인지의 선택은 개인의 자율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주변에는 아침식사를 안 먹는 것을 인생의 규칙으로 삼고, 전혀 먹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야심한 밤에 이 책을 읽으며 세계 각국의 아침식사 사진을 보니, 내일 아침은 꼭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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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90년 4월 3일 경향신문 15면 ‘사이비기자 21명 구속’

■1990년 4월 3일 ‘사이비기자 21명 구속’

30년 전 서울지검은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 건설·환경업체, 공해배출업소 등의 약점을 잡아 보도무마비 또는 광고비·구독료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뜯어온 사이비기자 및 서적외판원 등을 사기(공갈) 혐의로 구속, 수배했습니다.

이들 사이비기자들은 민경신보, 세무경제, 청소년선도신문, 연예스포츠, 한국건설신문, 대한건설신문, 법사신보, 환경공업신문, 법률신문, 내외타임즈, 한국문화신문 등 낯선 이름의 언론사 소속이었습니다. 이들 기자와 언론사 간부, 주간지 외판사원 등은 “주로 행정기관 및 수사기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공해배출업소·유흥업소·위락시설업체를 주요공갈대상으로 삼아왔으며 군수, 교육감 등 고위 공무원들에게까지 손길을 뻗”쳤습니다. 이들이 갈취한 금액은 5억원가량이었습니다.

이들이 ‘보도무마비’ 명목으로 금품을 뜯은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구속된 이씨는 1987년 9월 경기도 청평산장호텔이 증개축 허가를 받은 사실을 알고 이 호텔사장 정모씨에게 ‘상수원보호구역 내에 있는 산장호텔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증개축허가를 냈다’는 기사를 쓰겠다고 협박해 무마용으로 1000만원을 갈취하는 등 지금까지 3000만원을 뜯어온 혐의”였습니다. 또 “함께 구속된 경기도 고양군 보건소직원 김모씨는 무면허의료행위를 하고 있던 후생의원 원장 고모씨에게 단속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1100만원을 뜯은 혐의”를 받았습니다. 모두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내용을 알아챈 뒤 이를 보도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금품을 요구한 사례였습니다.

또 “수배된 이모씨는 경기도의 모부군수에게 여직원과의 불륜관계를 폭로하겠다고 위협한 뒤 싯가 3억원 상당의 하천부지 3000평에 대한 점용허가를 자기명의로 취득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역시 약점을 잡은 뒤 자신의 이권으로 연결시킨 사례였습니다.

30년 전 경향신문에 보도된 사이비기자들의 사기, 공갈 행각을 보면서 최근 한 종편채널의 기자가 검찰의 권력을 등에 업고 취재원을 겁박한 사례를 떠올리신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채널A 보도 화면.

MBC는 지난달 31일 채널A 법조팀 소속 ㄱ기자가 금융사기죄로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이철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전 대표와 접촉해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우면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압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허가 없이 투자금을 모은 혐의로 징역 12년의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고 수감 중인 상태입니다.

MBC 보도에 따르면 ㄱ기자는 이 전 대표에게 ‘검찰이 신라젠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에 대해 수사를 제기했다’면서 접촉을 시도했고, 이 전 대표는 지인 ㄴ씨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ㄱ기자를 만나게 했습니다. ㄱ기자는 ㄴ씨와 만나 이 전 대표의 가족과 재산 추징 등을 거론하며 ‘유시민 이사장 비위를 털어놓지 않으면 가혹한 수사를 받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합니다. 또 유 이사장에 대해 제보하면 검찰에서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도 했습니다. 유 이사장이 신라젠 기술설명회에서 축사를 했고, 최대주주였던 이 전 대표와 친분이 있기 때문에 야권은 유 이사장과 신라젠의 연루 의혹을 제기해 왔습니다.

ㄱ기자는 이 전 대표 측에 윤석열 검찰총장 최측근인 모 검사장과의 통화 내용도 전달했습니다. ㄱ기자는 ㄴ씨에게 검사장과 나눈 대화 녹취록을 불러줬는데 여기에는 이 전 대표가 검찰 수사에 협조할 경우 가족에 대한 수사를 막을 수 있다는 취지의 대화가 담겨 있었습니다. MBC는 이날 보도가 이 전 대표의 제보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해당 검사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신라젠 수사를 한 적이 없고, 해당 기자와 통화한 적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MBC 보도가 나간 뒤 채널A는 “해당 기자가 피의자인 이 전 대표로부터 검찰의 선처 약속을 받아달라는 부적절한 요구를 받아온 사실을 파악했다”며 “전반적인 진상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채널A 기자와 이 전 대표 간에 벌어진 일의 실체가 아직 확실히 드러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MBC 보도대로 기자가 취재원을 압박한 것이든, 채널A 주장대로 피의자인 이 전 대표가 기자에게 검찰의 선처 약속을 받아달라는 부적절한 요구를 해온 것이든 어느쪽이나 취재윤리를 어긋난 사례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채널A 기자가 취재원을 겁박한 이유는 금품이 아닌 특종이었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재물이 아닌 명예가 목적이었다고 해도 부적절한 방법으로 취재한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검찰의 선처 약속을 빌미로 취재를 시도하는 것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주장이 맞든 30년 전의 사이비기자 사건과 본질적으로는 다를 바 없는 없는 셈입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30년 전 구속·수배된 기자들이 생소한 매체들의 사이비기자라는 것과 채널A 기자가 국민 다수가 알고 있는 종편채널의 기자라는 차이뿐입니다. 이 차이는 많은 이들을 더욱 씁쓸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국민 다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송매체에서 사이비기자나 다름없는, 아니 사이비기자보다 못한 취재 행각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취재윤리라는 네 글자를 다시 곱씹어보게 됩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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