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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10월30일 조국 청문회에 등장한 ‘사노맹’…안기부 대대적 수사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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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조국 청문회에 등장한 30년 전 ‘사노맹 사건’

박정희·전두환 정권 때 국가가 고문 수사를 통해 사건을 조작하고 정권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잡아들인 사건이 여럿 있었습니다. 1980년대 말 민주화운동 이후 출범한 노태우 정권 때는 어땠을까요?

30년 전 오늘(1990년 10월30일) 경향신문에는 <무장 봉기 획책 사노맹 적발>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남한사회주의 노동자 동맹(사노맹)’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수사 상황을 발표한 내용입니다. 안기부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사노맹이 무장봉기를 통한 사회주의 혁명투쟁 노선인 민족민주 혁명론을 추종하면서 전국의 노동 현장과 대학가 등지에서 노동 투쟁·폭력 시위를 배후 조종해왔다고 밝혔습니다.

1991년 3월12일 박노해씨가 사노맹 사건으로 구속돼 서울중부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얼굴 없는 노동자 시인’으로 불렸던 박씨 얼굴은 이때 처음 대중에 공개된 것으로 전해진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사노맹이 노동계·종교계·청년운동그룹 등 전국 1600여명의 조직원을 두고 거대한 지하조직망을 구축했고, 점조직 형태로 움직이면서 자살용 독극물까지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는 게 안기부 설명입니다. 안기부는 조직원 40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검찰에 송치했다면서 구속한 사람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에게는 반국가단체 구성죄, 이적표현물 제작죄 등이 적용됐습니다.

안기부는 특별히 수배 중인 핵심 인물 ‘2명’을 지목했습니다. ‘얼굴 없는 노동자 시인’으로 알려진 박노해씨와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했던 백태웅씨입니다. 이들의 행적부터 가족의 신상정보까지 안기부는 낱낱이 언론에 풀었습니다. 박씨는 시집 <노동의 새벽>을 냈고, 두 사람은 모두 월간 <노동해방문학>에 글을 썼습니다. 사노맹 명의로 뿌려진 유인물에는 ‘전면적인 계급전쟁의 시작을 선포하며 부르주아 지배체제를 사회주의 혁명의 불길로 살라버리자’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안기부는 1991년에는 박씨를, 1992년에는 백씨를 검거하고 구속합니다. 그러나 안기부가 수사 과정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폭로가 잇따랐습니다. 안기부 수사관들이 구속된 사람들을 구타하고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고문을 한다는 말이 접견한 변호사와 가족을 통해 구치소 바깥으로 새어 나왔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9월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모습. 권호욱 기자.

검사는 박씨와 백씨 모두에게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법원은 유죄로 판단하고 각각 무기징역,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 국제 앰네스티는 1994년 사노맹 관련자들을 ‘불공정한 재판을 받았거나 가혹행위를 받은 정치범 및 양심수’로 판단했습니다.

이들은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에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났습니다. 2008년엔 국무총리 산하의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가 박씨와 백씨를 민주화운동 인사로 인정했습니다. 이들에 적용된 국가보안법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과 함께 아예 ‘폐지론’이 불거진 지 오래입니다.

사노맹 사건이 다시 등장한 때는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입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에서 조 전 장관의 사노맹 부설 연구기관 남한사회주의과학원 활동 이력을 문제삼은 것입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국가 전복을 꿈꾸는 조직에 몸담았던 사람이 법무부 장관에 앉는 것이 도저히 말이 되는 얘기냐”고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쪽에선 ‘공안검사의 시대착오적인 인식’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28년 전 그 활동을 한 번도 숨긴 적이 없다. 자랑스러워하지도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며 “20대 청년 조국은 부족했지만 뜨거운 심장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의 아픔과 같이하고자 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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